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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리뷰 (알츠하이머, 스릴러, 정체성)

by springtany 2025. 8. 17.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2017년 개봉한 한국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새로운 살인을 직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억의 불완전함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부성애라는 주제를 스릴러 장르 안에서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1. 알츠하이머와 기억의 불안정성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가장 독창적인 설정은 바로 주인공 병수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들은 흔히 주인공이 단서를 모아 사건을 해결하는 구도를 따르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기억 자체가 끊어지고 왜곡되기 때문에 영화의 서사가 불확실하게 전개됩니다. 과거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은퇴한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은 이제 일상적인 기억조차 유지하기 힘든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딸 은희와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범죄의 조짐을 포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불완전한 기억으로 인해 관객은 그가 믿을 만한 화자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장치는 관객을 병수의 시점 속에 몰입하게 만들며,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떠올리게 만듭니다. 알츠하이머라는 질환은 단순히 캐릭터의 설정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기억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2. 스릴러적 긴장감과 배우들의 연기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강렬한 스릴러적 긴장감입니다. 주인공인 병수가 의심하는 인물 태주(김남길)는 매력적인 모습과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며, 영화를 시청하는 동안 그의 정체를 둘러싼 불안감은 극의 긴장감을 높입니다. 병수는 자신의 기억이 틀릴 수 있다는 불안한 심경 속에서도 직감적으로 태주가 위험한 인물임을 알아채고 그의 딸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불안과 공포를 함께 경험하게 만듭니다. 특히 주인공 병수 역을 맡은 설경구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연약함과 동시에 과거 범죄자로서 숨겨두었던 본능을 동시에 보여주며 극을 압도하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남길 배우는 날카로우면서도 매혹적인 악역을 완성했고, 설현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갈등을 표현해 서사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연기와 함께 연출 또한 긴장감을 배가하는데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 병수의 혼란스러운 시선을 반영하는 편집 기법은 관객이 ‘확실성 없는 세계’에 머물도록 만듭니다. 이는 원작의 내면 독백을 영화적 언어로 표현한 효과적인 방식이고 생각합니다.

3. 정체성과 부성애, 그리고 원작과의 차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결국 정체성과 부성애의 문제로 귀결되어 집니다. 병수는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딸 은희를 지켜야 한다는 부성애를 놓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 때문에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고, 심지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와중에도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은 끝까지 유지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원작과 비교했을 때, 영화는 시각적 장치와 배우의 표정 연기를 통해 내적 갈등을 표현하며, 결말 부분에서 더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냅니다. 원작이 보다 내면적이고 철학적인 톤을 유지했다면, 영화는 장르적 재미와 감각적 긴장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영화만의 완성도와 해석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기억의 불완전함을 스릴러적 장치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정체성과 사랑을 탐구한 영화입니다. 알츠하이머라는 설정은 단순한 소재를 뛰어넘어 주인공의 운명과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으로 작동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작품을 단순한 추리극이 아닌 깊이 있는 심리 드라마로 만듭니다.